“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 6:12)

중국 극동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인 모소대나무는 씨앗에서 싹이 트고 수년간 농부들이 매일 정성을 들여도 4년간 고작 3cm밖에 자라지 못하며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나무는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무려 30cm가 넘게 자라기 시작한다. 그렇게 6주만에 15m 이상 자라게 되고 곧 주변은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이 된다. 6주만에 급격한 속도로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모소대나무는 씨앗이 움트고 나서 4년 동안 땅속에서 수백 m²의 뿌리를 뻗친다고 한다. 성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땅 속 밑으로 깊고 단단한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6주만의 급속한 성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래동안 깊은 뿌리 내림의 결과였던 것이다.

선교지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선교사가 캠퍼스에 복귀한 후 안식일학교 교과 토의 시간에 선교지의 평신도 사역자로부터 기쁜 소식을 들었다며 소개했다. 두 남자 선교사들이 머물게 된 장로님 댁에는 신앙하지 않는 아들이 하나 같이 살고 있었다. 교회 불출석은 물론이요, 흡연을 하며 선교사들을 못마땅하게 대했다. 선교사들이 기도를 많이 하며 애를 썼지만 선교사들이 떠나기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변화는 선교사들이 떠난 후 찾아왔다. 선교사들이 떠난 후 이 아들은 결심을 하고 금연은 물론, 교회에 출석하며 열심히 활동하는 아들이 되었다는 소식이 캠퍼스에 복귀한 선교사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떤 감동이 마음 한켠에 밀려왔다. 선교사들의 삶이 준 감화가 이 아들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생각에, 순간 두 청년의 선교 사역이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이들의 선교 결과 보고에 나타나지 않는 장로님 아들의 회심은 무엇보다 향기로운 간증이었다.

우리는 결과나 숫자와 외양으로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늘이 귀하게 여기는 것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직하게 이루어지는 무아적인 사랑의 봉사이다. 알려지지도 않고, 보상이 없는 그늘진 곳에서,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드려지는 사랑의 헌신은 하늘이 가장 가치 있게 평가하는, 그리스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모습일 것이다. 선교 결과 보고에 드러나지 않는 두 선교사의 이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은혜로운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선교사들이여,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는 빙산과 흡사한 사실을 기억하자. 빙산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것은 물 밖에서 요동치는 물리적인 현상과 힘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물 속의 큰 조류가 빙산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것을 알고 묵묵히 말씀의 조류를 따라 사는 삶을 믿음의 삶이라고 말한다(히 11:3). 이런 빙산 신앙이 결국 승리하는 것이다.

화잇 부인은 말씀한다. “영혼들에게 확신과 회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전도자 뒤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일꾼이다.”( Bible Training School, November 1, 1909.) 선교사들이여, 여러분 뒤에 서 계신 보이지 않는 일꾼을 주목하라. 그리고 그분과 협력하라. 여러분 사역의 성공은 보이지 않는 그분과의 협력에 달려 있다.